티스토리 뷰

recording of life/경전산책

대화록(1)

하이안자 2003. 4. 16. 06:16
지난주 수요일엔
연구소에서 한의대생들과 맹자를 읽고 있었다.


강독을 시작하기 전에 내(Y)가 먼저 물었다.


"한문을 왜배우지?"
"특히 경전을 말이야"


한 여학생(K)이 대답했다

"문헌을 읽기 위해서입니다"


Y-"고전 의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인가?"
K-"그렇습니다"

나는 강의중에 이런 대화를 나눌 때가 가끔 있다.
대개 경전가운데 4서중에 일부를 어느정도
읽어서 약간의 이해가 시작되고 있을 즈음에 자주 그런다.

얼마전에는 역시 한의대생이 수업전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난 주에 저희들끼리 토론이 있었는데요"
"토론의 주제는 한의학과 한학에 관한 것이
었습니다"


어떤 선배가 강력히 주장하기를

"한학은 한학자들의 몫이고 우리들은 한의학에 관한 책을 읽어야한다"

고 하였다고 전해주었다.


나는 그 때도 긴 이야기를 해주어야 했다.


1)유학은 문헌을 읽기위한 수단으로 방편적으로 공부해서는 그 원의에 도달할 수 없다

2)유학이란 특정한 지식이 아니며 윤리학인 것도 아니다. 유학은 일반 사유법의 한 양식으로서
동아시아적 사유의 본질을 담고 있는 것이다.

3)동아시아적 사유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면 철저한 경험성에 있다. 격물치지라는 말에서 보듯
이 모든 사물에서 힉득하는 경험적 현상을 분석하고 사유하고 이해하는 지적 발견의 기술의 한
양식이다.

4)동아시아적 발견의 양식은 서구와 같이 경험주의적이며 합리적 논리적 힘을 근간으로하되
극명히 다른 점은 경험수용과 이해의 포괄성과 균형성에 있다.

5)경험수용의 균형성이란 자연현상 신비현상 인간 문물(창조적 제성과물) 등의 경험범주를 차별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것을 삼재사상이라고 한다.

6)중용 대학은 바로 그로한 경험균형의 사유를 보여주는 것이며 결코 단지 명상적 사유결과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라는 등등의 요지 였다. 믈론 평소의 습관대로 유학사상이 중국사상인 것만은 아니며 우리의
사상사의 범주에 들어있는 것이라는 말과 오히려 우리의 사상사는 동아시아 사상사의 원류에
관계하였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다.

유학은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일상의 상식과의 조화를 유지하며 나의 내면의 자연감정과 화해
를 시도하면서 연구해야한다는 것도 아울러 강조하였다.

나는 많은 이들이 유학을 새롭게 그리고 넓은 본질적 의미를 바라보며 이해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면 지나치게 다변적이 되곤 한다. 아마 그들이 그 노파심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