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논어의 해석학적 새 지평을 위하여
.........논어 해석의 일반문제




논어는 주지하듯이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제자들과의 가르침의 현장에서
주고받은 대화이기 때문에 일반의 언설과는 다른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논어를 읽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선입견을 제거하고 나서야 그 원 모습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 선입견이란

(1) 논어가 유학사상의 출발이라는 오해이다.

대개 영문으로 유학을 Confucianism 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유학을 공자학으로 한정하는 의미
를 상당히 함축하고 있으므로 유학에 대한 적절한 번역어라고 할 수 없다. 그 개념은 유교라고
번역되는데 서구인의 시각에서 그리스도교에 대응한 의미로서 받아들이는 어의를 지니고 있으므
로 우리가 종교라는 뉘앙스에서 "유교"라고 통용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맹자는 공자의 업적을 지칭하여 집대성자(集大成者)라고 하였다. 공자를 동아시아 사상사의
집성자로 본 것이다. 또 성리학자들의 학통관에서도 요(堯) 순(舜) 이래의 전설시대 이후의
사상사적 전통을 계승 발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춘추좌전(春秋左傳)을 통해서 공자 이전의 놀라운 지적 발전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공자가 그와 같은 일반 사상사적 전통을 전승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공자학이 장구한 동아시아 사상사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보다 더 자유롭게 그 사상사적
진상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특별한 성자에 의해 창립된 종교와 같은 출발을 가지기
보다는 유학은 길고 면면한 사상의 역사의 산물이라는 이해가 우선 필요하고 공자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에 가까운 이해는 지양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유학-유교는 동아시아 일반 사상
사의 요약적 귀결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단순한 명상이나 직관으로 이루어진 문학적 텍스트를 그 경전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학 경전은 (1)건실한 경험성을 기초로 (2)분석과 통찰을 수행하여 이루어진 극히 일상적인
사상사라는 본질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야 하겠다. 동아시아 사상이 막연히 신비롭다는 이해는
완전히 허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2)유학은 문화주의 가족주의 예교주의를 지향한다는 이해의 왜곡이다.

유학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는 아니다. 사물과 인간과 세계를 경험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이며
그 각 시대의 결과들이 각 시대 유자들에 의해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유학의 중심
개념을 해석할 때 그 당대의 역사적 환경이라는 구조 속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다음의 시대
에 유의미한 의미만이 계승되어 나아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시대성을 망각하고 고정된
개념을 고수할 때 고루한 선비가 될 것이다.

전통학자들이 " 유학자들이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배움이 쓸모가 없다"고 한 까닭이다.
"오늘의 세상에 태어나서 옛날로 돌아가는 자에게는 재앙이 미친다"고까지 말해왔다.

유학에서 문화와 예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유학의 본질상 널리는 "경험의 포괄성과균형성'이라
는 원칙에 의한 것이며 하나의 해석 음미의 '대상경험'을 나타내는 것이지 고루하게 고수하라
는 의미는 원래 없었다. 다만 역사 문화의 산물로서 유의미한 정신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일
정한 문화 사상이 전승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유학의 역사에서 "형식적 개념의 고수"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 "해당 시대의 역사적 모순
에 의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경전 텍스트가 오로지 중국사상이라는 오해이다.

공자가 동이족을 군자의 나라라고 언급한 이래로 맹자는 유학의 선사(先師)로서의 성인인
순(舜)과 중국 고전문명의 확립자인 주나라 문왕(文王) 무왕(武王)을 동서이인(東西夷人)이
라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가 주지하듯이 우리 동이(東夷)족은 하(夏)민족과 쌍벽을 이루면서 구이(九夷)의 하나로
존재했었다. 그 일부가 중국고전문명과 사상을 수립하는데 중심적 영향을 주었으므로 유학사
상은 본질적으로 한편 동이족의 사상사이기도 한 것이다.

한자로 쓰여있으므로 중국사상사라고 할 수만은 없으며, 동이족은 유학사상에 고전적으로 높은
비중의 지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까지 성취한 '동아시아 유학의 중심국'
으로서의 명실상부한 학문적 성과는 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학의 텍스트는 동아시아의 사상사로서 폭넓게 창조적으로 자유롭게 해석되어야한다고
생각되어 논어의 원문을 일련의 시리즈로 전편을 새롭게 해석해보려고 한다.

해석의 방식은 주자 주석이나 역대 전통주석을 충분히 검토하되 특별히 구애되지 않고 역사적
상황과 사상사적 맥락을 위주로 하되 정밀한 문헌해석으로 뒷받침되는 경우에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열어보려고 한다. 문헌 해석적 경신이 없이 성급하게 새로운 해석을 도모하는 것은
다소 지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끝으로 종합 부언하여 경전의 해석의 일반적 유의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언급
해두려고 한다.

(1) 당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환경과의 긴밀한 연관을 유지하는 해석

(2) 시대를 초월하여 삶의 상식으로서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해석

(3) 정밀한 어법과 논리의 추구를 통하여 문맥에 대한 의미의 동적인 파악의 노력

(4) 경전 주요 표현어의 개념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풍부한 여지를 남기는 해석

(5) 신비적 현상, 자연적 현상, 문명적 형상 등 제경험현상 사이의 균형과 통일의 길을 여는 해석

(6) 사상사적 전승의 실상과 의미를 논할 수 있는 해석

(7) 생활의 한 양식으로서의 해석


등등이 실제 해석의 현장에서 느껴지는 문제이므로 그런 부분에 유의하면서 해석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

<주> 필자가 ohmy News에 올렸던 잉걸기사입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