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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상과 문명의 재발견(2)
-텍스트와 언어로 지켜야할 사상사
우리 삶과 문명은 언어로 운용되면서 발전하므로 유학에서는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문헌을 중
요시한다. '문명'이란 개념에 문(文)자가 강조된 이유이다. 텍스트는 열린 인생의 또 하나의 장
이며 문물과 자연 사람을 매개 화해(明)하는 공간이다. 경전은 또 자연적 인격적 심미적 영상을
담은 하나의 환타지아이다. 현재적 언어가 전통문헌과 교섭하면서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 내부에서는 자율적 미학과 불후한 작품성을 드러내지만 문학을 넘어서서
텍스트-대상사물-독서인 사이 일치의 길을 찾고자하며 진실을 기록하고 창안의 역사를 서술하여
만인공유의 이상을 그린다. 결국 경전이란 전통적 삼재사상을 현실화해온 이정표이며, 피아 소통,
만유 일치의 경험창출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문(文)'이라는 오랜 개념은 '문자(文字)'로 통용되지만 원래 문채(文彩)를 뜻하고 행실 의례 예
술 미술 등의 모든 표현양식을 포괄한다. 혁신적 삶의 반추 양식이며 특히는 학행(學行)을 의미
한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 위에 생명의 새 차원을 여는 계기이다. 경전은 결국 안일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 힘과 창조력을 쇄신해주는 극기의 체험록이다. 텍스트언어는 그처럼 경험적
으로 가능한 통로를 따라서 현실과 의미공간 사이를 틔워 통창한 세계에 도달하려 하므로 마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전진기지인 우주정거장에 비견될 수 있다.
대개 사물은 언어로 규정된 후에 보편 가치를 확보한다. 그러므로 생활 언어적 대응이 유교사상
의 제1 과제이다. 텍스트를 생활화하여 제한된 현실과 초월의 욕구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자아와의 대화가 그 중심이므로 유학의 수행은 먼저 언어적으로 수행된다. 내내 경전(經傳)
을 신성시해온 이유이다. 우리가 좁은 생각에 갇히어 막막할 때 경전을 송독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을 풀 수 있다. 따라서 문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고 건강하다. 논어의 박학
이독지(博學而篤志)란 그런 뜻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맹자에서 화통한 웅변적 울림을 느낄
때 형언 못할 기쁨으로 전율하게 된다. 공자의 호덕여호색(好德如好色)의 경지를 감지할 수
도 있지만 이를 견지하기는 어려우므로 꾸준한 수행이 요구된다.
맹자는 "언어로서 양묵(楊墨"이단)을 막아내는 자는 성인의 학도"라고 하였다. 공자는 "이단을
공부하면 해롭다"하였다. 이단이란 탈전통적이고 자의적인 사념이며 1)역사적 배려의 결여 2)
사유균형의 상실 3)현실문제에 경도된 태도 등에 기인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상사 전통의 승
계를 통해 보편타당한 공의(公義)를 열어왔다. 그 공의는 열락의 삶을 이루는 중심이다. 공자의
'배우고 결행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부정하는 언어적 도전을 이단이라고 한 것이었다. 왜 다
를이(異)자 이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거기엔 막힘 없이 통하는 소통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
다. 유교경전은 바로 소통의 언어로 충만한 그 무엇이다.
예로 시경(詩經)에는 고대인이 삶의 애환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그 시어들은 슬픔과 안타
까움의 표현이 많지만 그 행간은 서정적인 찬연한 영상을 이루어내고 있다. 삶의 어떤 고난에
도 굴하지 않고 이를 승화하고 초극한 승리의 기록이다. 유교언어는 그런 감성적 절실함을 얻
지 못한다면 화려한 장식에 머물게 된다. 논어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이 바로 그것이다. 그 텍
스트적 이상은 한국사상사의 전형을 이루어왔다. 고구려 토기의 건장함이나 백제토기의 넉넉
함 이조백자의 한아함은 각시대상을 반영한 그러한 이상의 체현 모습이었다.
(유교연소장 하이안자)
<동아대학보에 실린 글 입니다>
-텍스트와 언어로 지켜야할 사상사
우리 삶과 문명은 언어로 운용되면서 발전하므로 유학에서는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문헌을 중
요시한다. '문명'이란 개념에 문(文)자가 강조된 이유이다. 텍스트는 열린 인생의 또 하나의 장
이며 문물과 자연 사람을 매개 화해(明)하는 공간이다. 경전은 또 자연적 인격적 심미적 영상을
담은 하나의 환타지아이다. 현재적 언어가 전통문헌과 교섭하면서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 내부에서는 자율적 미학과 불후한 작품성을 드러내지만 문학을 넘어서서
텍스트-대상사물-독서인 사이 일치의 길을 찾고자하며 진실을 기록하고 창안의 역사를 서술하여
만인공유의 이상을 그린다. 결국 경전이란 전통적 삼재사상을 현실화해온 이정표이며, 피아 소통,
만유 일치의 경험창출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문(文)'이라는 오랜 개념은 '문자(文字)'로 통용되지만 원래 문채(文彩)를 뜻하고 행실 의례 예
술 미술 등의 모든 표현양식을 포괄한다. 혁신적 삶의 반추 양식이며 특히는 학행(學行)을 의미
한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 위에 생명의 새 차원을 여는 계기이다. 경전은 결국 안일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 힘과 창조력을 쇄신해주는 극기의 체험록이다. 텍스트언어는 그처럼 경험적
으로 가능한 통로를 따라서 현실과 의미공간 사이를 틔워 통창한 세계에 도달하려 하므로 마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전진기지인 우주정거장에 비견될 수 있다.
대개 사물은 언어로 규정된 후에 보편 가치를 확보한다. 그러므로 생활 언어적 대응이 유교사상
의 제1 과제이다. 텍스트를 생활화하여 제한된 현실과 초월의 욕구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자아와의 대화가 그 중심이므로 유학의 수행은 먼저 언어적으로 수행된다. 내내 경전(經傳)
을 신성시해온 이유이다. 우리가 좁은 생각에 갇히어 막막할 때 경전을 송독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을 풀 수 있다. 따라서 문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고 건강하다. 논어의 박학
이독지(博學而篤志)란 그런 뜻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맹자에서 화통한 웅변적 울림을 느낄
때 형언 못할 기쁨으로 전율하게 된다. 공자의 호덕여호색(好德如好色)의 경지를 감지할 수
도 있지만 이를 견지하기는 어려우므로 꾸준한 수행이 요구된다.
맹자는 "언어로서 양묵(楊墨"이단)을 막아내는 자는 성인의 학도"라고 하였다. 공자는 "이단을
공부하면 해롭다"하였다. 이단이란 탈전통적이고 자의적인 사념이며 1)역사적 배려의 결여 2)
사유균형의 상실 3)현실문제에 경도된 태도 등에 기인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상사 전통의 승
계를 통해 보편타당한 공의(公義)를 열어왔다. 그 공의는 열락의 삶을 이루는 중심이다. 공자의
'배우고 결행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부정하는 언어적 도전을 이단이라고 한 것이었다. 왜 다
를이(異)자 이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거기엔 막힘 없이 통하는 소통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
다. 유교경전은 바로 소통의 언어로 충만한 그 무엇이다.
예로 시경(詩經)에는 고대인이 삶의 애환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그 시어들은 슬픔과 안타
까움의 표현이 많지만 그 행간은 서정적인 찬연한 영상을 이루어내고 있다. 삶의 어떤 고난에
도 굴하지 않고 이를 승화하고 초극한 승리의 기록이다. 유교언어는 그런 감성적 절실함을 얻
지 못한다면 화려한 장식에 머물게 된다. 논어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이 바로 그것이다. 그 텍
스트적 이상은 한국사상사의 전형을 이루어왔다. 고구려 토기의 건장함이나 백제토기의 넉넉
함 이조백자의 한아함은 각시대상을 반영한 그러한 이상의 체현 모습이었다.
(유교연소장 하이안자)
<동아대학보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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