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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상과 문명의 재발견(3)-사유전통의 동아시아적 차원성
대개 우리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믿고 있는 오류 가운데 ‘유교는 본질적으로는 중국 사상’이라
는 이해가 있다. 이를 부정한다면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유사 이래로 유교의 종주국이다”라는 주장도 한말 이래로 있었는데 이 역시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이해방식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교가 오로지 중국사상일 수 없고, 한국이 유교사상의 유일한 종주국일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유교사상은 동북아시아 문명권의 산물이라는 역사본질이 그것이다. 유교사상의 성립발전사에서 한국
과 중국은 서로 상이한 역할을 수행했다. 북방계 한민족의 선계인 동이족은 구이(九夷)로 나뉘어 있
었는데 군자들이 영도하였으며 효로 대표되는 사상을 정립하였고 이는 유교사상의 한 출발점이 되
었다. 유교학통을 수립한 요순(堯舜) 삼대(三代/夏殷周)의 시기에 그중 동이족, 서이족 출신의 인물
(舜:文王)과 정신과 문화가 중국의 제도와 문화 등 그 전범의 확립에 기여하였다. 주왕조에서 진한
제국에 이르면서 유교텍스트가 수립되었고 제국적 발전과정에서 유학은 국교화하고 학적 체계를 완비
하게 되었다. 효사상은 춘추시대를 거쳐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확립되었고 나아가 제국적 체제로 강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이족은 유교사상의 형성에 한 축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국가를 형성해 나아갈 즈음 중국제국이 성립되었고 유교가 정비되었
으며 그 양식화된 경전이 한국에 유입되었다. 유교사에서 한국의 두드러진 제2의 활동이 이 때부터
일어나게 된다. 이른바 경전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일종의 원리주의(principlism)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것은 고구려 해명왕자나 호동왕자의 효열(孝烈)한 행동으로 대표될
수 있다. 이후 한국에서는 우리가 주지하듯이 일반적 생사관(生死觀)을 초월하는 의열(義烈)한 결
단의 삶이 이어졌다. 이는 확립된 경전텍스트의 권위와 사상적 힘에 의한 것이었다. 효로부터 확충된
사상사로서 의(義)의 발전사는 조선성리학에 이르러 광대한 폭과 깊이를 겸비하면서 전근대사상사
를 완결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유교경전적 사고과 행동이 가장 본질적으로 전승되고 결행되면서 한껏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삼대(三代)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진한(秦漢)대에 출범한 제국사가 다민족 포
괄의 역사를 향한 광대한 장을 열면서 그에 걸맞는 사상과 체제와 권위와 양식을 필요로 하였다.
유교는 그 제국적 요구에 적응하여 이념화하고 충분히 양식화하였다. 유교텍스트의 확립과 경전해
석학을 중심한 학문적 체제의 발전이 그것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유교적 이성과 이념, 문학적 예
술적 감성이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의 본격적 지성사를 영위하게 된다. 그 끝에 새로운 지적 통찰의
지감(知感)을 열어 심오한 이론적 발전을 수행하였다. 송대 성리학의 출현이 그것이었다. 이 역
시 여말 선초에 한국에 소개되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중국은 상호 영향을 수수하면서 유교문명을 형성하여왔으므로 유교란 동아시아 문명권의 소
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근세를 지나면서 중국은 양명학과 고증학에서 보듯이 유학중심의 사상형식
을 다소 이완함으로써 그들의 전통사상을 확대하고 보편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
나 한국은 조선시대까지 일관한 유교주의가 변함 없이 견지되면서 주요 이념들을 자신의 내면 깊숙
이 절실한 자리로 인도하여 재성찰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적 보편화의 길을 활짝 열었다. 양국이 다
사상적 보편성을 지향하였으나 그 방식 태도 면에서는 내외의 차이가 있고 정 반대였던 것이다. 유
교는 결국 그 한국적 중국적 두 기둥으로 이어온 동아시아문명권의 중심적 발전체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교연구소장 하이안자 유덕조)
대개 우리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믿고 있는 오류 가운데 ‘유교는 본질적으로는 중국 사상’이라
는 이해가 있다. 이를 부정한다면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유사 이래로 유교의 종주국이다”라는 주장도 한말 이래로 있었는데 이 역시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이해방식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교가 오로지 중국사상일 수 없고, 한국이 유교사상의 유일한 종주국일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유교사상은 동북아시아 문명권의 산물이라는 역사본질이 그것이다. 유교사상의 성립발전사에서 한국
과 중국은 서로 상이한 역할을 수행했다. 북방계 한민족의 선계인 동이족은 구이(九夷)로 나뉘어 있
었는데 군자들이 영도하였으며 효로 대표되는 사상을 정립하였고 이는 유교사상의 한 출발점이 되
었다. 유교학통을 수립한 요순(堯舜) 삼대(三代/夏殷周)의 시기에 그중 동이족, 서이족 출신의 인물
(舜:文王)과 정신과 문화가 중국의 제도와 문화 등 그 전범의 확립에 기여하였다. 주왕조에서 진한
제국에 이르면서 유교텍스트가 수립되었고 제국적 발전과정에서 유학은 국교화하고 학적 체계를 완비
하게 되었다. 효사상은 춘추시대를 거쳐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확립되었고 나아가 제국적 체제로 강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이족은 유교사상의 형성에 한 축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국가를 형성해 나아갈 즈음 중국제국이 성립되었고 유교가 정비되었
으며 그 양식화된 경전이 한국에 유입되었다. 유교사에서 한국의 두드러진 제2의 활동이 이 때부터
일어나게 된다. 이른바 경전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일종의 원리주의(principlism)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것은 고구려 해명왕자나 호동왕자의 효열(孝烈)한 행동으로 대표될
수 있다. 이후 한국에서는 우리가 주지하듯이 일반적 생사관(生死觀)을 초월하는 의열(義烈)한 결
단의 삶이 이어졌다. 이는 확립된 경전텍스트의 권위와 사상적 힘에 의한 것이었다. 효로부터 확충된
사상사로서 의(義)의 발전사는 조선성리학에 이르러 광대한 폭과 깊이를 겸비하면서 전근대사상사
를 완결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유교경전적 사고과 행동이 가장 본질적으로 전승되고 결행되면서 한껏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삼대(三代)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진한(秦漢)대에 출범한 제국사가 다민족 포
괄의 역사를 향한 광대한 장을 열면서 그에 걸맞는 사상과 체제와 권위와 양식을 필요로 하였다.
유교는 그 제국적 요구에 적응하여 이념화하고 충분히 양식화하였다. 유교텍스트의 확립과 경전해
석학을 중심한 학문적 체제의 발전이 그것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유교적 이성과 이념, 문학적 예
술적 감성이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의 본격적 지성사를 영위하게 된다. 그 끝에 새로운 지적 통찰의
지감(知感)을 열어 심오한 이론적 발전을 수행하였다. 송대 성리학의 출현이 그것이었다. 이 역
시 여말 선초에 한국에 소개되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중국은 상호 영향을 수수하면서 유교문명을 형성하여왔으므로 유교란 동아시아 문명권의 소
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근세를 지나면서 중국은 양명학과 고증학에서 보듯이 유학중심의 사상형식
을 다소 이완함으로써 그들의 전통사상을 확대하고 보편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
나 한국은 조선시대까지 일관한 유교주의가 변함 없이 견지되면서 주요 이념들을 자신의 내면 깊숙
이 절실한 자리로 인도하여 재성찰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적 보편화의 길을 활짝 열었다. 양국이 다
사상적 보편성을 지향하였으나 그 방식 태도 면에서는 내외의 차이가 있고 정 반대였던 것이다. 유
교는 결국 그 한국적 중국적 두 기둥으로 이어온 동아시아문명권의 중심적 발전체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교연구소장 하이안자 유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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