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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상과 문명의 재발견(4)-보편함을 지향하는 문명적 사색
문명이라는 어휘는 오늘날 서양어(Civilization)의 대역어로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역어이기
이전에 동아시아 고유의 개념이었으므로 당연히 그 원의를 재발견하고 복권해야 한다. 번역어로
서 '문명'이 그리스 이래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동아시아 원어로서의 문명은 유교사상을 상
징하는 것이다. 사상적 위상에서는 유교사상은 서양철학으로 대체될 수 없지만 그리이스 사상은 유
교 안에 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그 이유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과 그 결과로 이루어진 역사와 문명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즉 인위성(人爲性)을 동력으로
하여 구현된 유의미한 현상의 하나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은 유한하고 그 능력은 제한적이었으
며 그 삶의 영위는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인위성에 대한 가치상의 의문이 동서서상
의 중심주제가 되었던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인위성에 대한 의문은 1)인간은 불완전하다 2)인위는
정당하지 않다. 3)인위성을 극복하거나 해소 혹은 초월하는 것이 불완전성을 이겨내는 길이다 라는 등
등의 사념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인류는 또한 오랜 자존의식을 유지해왔다. 여러 가지 이유를 근거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스사상은 인간의 감성과 지각능력이 그 바탕이라고 생각했고 유교에서
는 기론(氣論)이나 윤리적 행동의 가치에 그 근거를 두었다. 인간의 불완전함의 자각과 이 자존의식은
상호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예로 경전주석사의 오랜 믿음가운데 "옳지 못한 부모란 없다"
는 경이로운 믿음이 있었는데 "부모나 성현일지라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과 명백히 모순되는
인식이다. 바로 그러한 모순과 갈등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동서양은 동질성을 지닌다. 최근의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서양사람은 모순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며 어떤 사물의 독립적 실체를 주로 보
려하고 그 주변을 감안하는 태도가 동양인에 비해 부족하다고 한다. 그것은 매우 적절한 특징분석
이다. 그러한 특질은 장구한 기간에 걸쳐 성립된 강고한 것이다.
서양은 자연의 위대함에 의지하여 자연적 질서를 발견함으로써 그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서양철학이 크게는 자연철학의 범위에서 출범한 이유이다. 인간성은 그와 대비하여 논의하고자 하
였다. 궁극적으로 신비주의나 종교도 "자연"질서인 셈이다. 반면 동아시아 사상에서는 자연적 질서
와 인간의 현상 그리고 나아가 창조된 문물과 신비적 현상마저 서로 구분해서 분리적으로 사고하
지 않았다. 이를 동아시아적 사유전통에서 '경험적 수용의 포괄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상은 자연주의(naturalism)를 처음부터 초극하고 있었고 인간주의(humanism)만을 채택한 적도 없
었다. 문(文) 명(明)의 사상이란 그 같은 사상적 균형의 중심이었다. 이 문명론(文明論)은 삼재(三才)
라는 경험적 대상(天地人)을 조화롭게 사유하고 생의 결단을 창출해내는 방식이다.
<대학>에 명덕(明德)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밝은 덕"은 1)경
험적 현상의 감각과 수용 2)그 의미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다뉴세문경이 상징하는 "밝은 빛의 사상"
이다. 사물의 바른 인식을 물채(物彩)라 하고 그 진상을 탐구하는 것을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하
였다. 그 탐구된 가치를 생활 속에 구현해내는 것을 문(文) 문장(文章) 문채(文彩)라고 하였다. 곧 <문
명>이란 탐구된 삶의 실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역사는 지극한 보편 가치를 지향한 문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학보에 실린 글입니다>
문명이라는 어휘는 오늘날 서양어(Civilization)의 대역어로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역어이기
이전에 동아시아 고유의 개념이었으므로 당연히 그 원의를 재발견하고 복권해야 한다. 번역어로
서 '문명'이 그리스 이래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동아시아 원어로서의 문명은 유교사상을 상
징하는 것이다. 사상적 위상에서는 유교사상은 서양철학으로 대체될 수 없지만 그리이스 사상은 유
교 안에 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그 이유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과 그 결과로 이루어진 역사와 문명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즉 인위성(人爲性)을 동력으로
하여 구현된 유의미한 현상의 하나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은 유한하고 그 능력은 제한적이었으
며 그 삶의 영위는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인위성에 대한 가치상의 의문이 동서서상
의 중심주제가 되었던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인위성에 대한 의문은 1)인간은 불완전하다 2)인위는
정당하지 않다. 3)인위성을 극복하거나 해소 혹은 초월하는 것이 불완전성을 이겨내는 길이다 라는 등
등의 사념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인류는 또한 오랜 자존의식을 유지해왔다. 여러 가지 이유를 근거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스사상은 인간의 감성과 지각능력이 그 바탕이라고 생각했고 유교에서
는 기론(氣論)이나 윤리적 행동의 가치에 그 근거를 두었다. 인간의 불완전함의 자각과 이 자존의식은
상호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예로 경전주석사의 오랜 믿음가운데 "옳지 못한 부모란 없다"
는 경이로운 믿음이 있었는데 "부모나 성현일지라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과 명백히 모순되는
인식이다. 바로 그러한 모순과 갈등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동서양은 동질성을 지닌다. 최근의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서양사람은 모순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며 어떤 사물의 독립적 실체를 주로 보
려하고 그 주변을 감안하는 태도가 동양인에 비해 부족하다고 한다. 그것은 매우 적절한 특징분석
이다. 그러한 특질은 장구한 기간에 걸쳐 성립된 강고한 것이다.
서양은 자연의 위대함에 의지하여 자연적 질서를 발견함으로써 그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서양철학이 크게는 자연철학의 범위에서 출범한 이유이다. 인간성은 그와 대비하여 논의하고자 하
였다. 궁극적으로 신비주의나 종교도 "자연"질서인 셈이다. 반면 동아시아 사상에서는 자연적 질서
와 인간의 현상 그리고 나아가 창조된 문물과 신비적 현상마저 서로 구분해서 분리적으로 사고하
지 않았다. 이를 동아시아적 사유전통에서 '경험적 수용의 포괄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상은 자연주의(naturalism)를 처음부터 초극하고 있었고 인간주의(humanism)만을 채택한 적도 없
었다. 문(文) 명(明)의 사상이란 그 같은 사상적 균형의 중심이었다. 이 문명론(文明論)은 삼재(三才)
라는 경험적 대상(天地人)을 조화롭게 사유하고 생의 결단을 창출해내는 방식이다.
<대학>에 명덕(明德)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밝은 덕"은 1)경
험적 현상의 감각과 수용 2)그 의미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다뉴세문경이 상징하는 "밝은 빛의 사상"
이다. 사물의 바른 인식을 물채(物彩)라 하고 그 진상을 탐구하는 것을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하
였다. 그 탐구된 가치를 생활 속에 구현해내는 것을 문(文) 문장(文章) 문채(文彩)라고 하였다. 곧 <문
명>이란 탐구된 삶의 실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역사는 지극한 보편 가치를 지향한 문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학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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