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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로 본 대한민국>-대경대법의 사유형식과 논리


거대담론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하는 요즘의 지성적 풍토는 현재의 세태를 잘
반영한 것이지 만 오랜 지적 전통과 본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결국 거대담론을 떠나서는 자신과 세계를 조화하여 궁극적으로 행복하
게 살 수 없을 것이다. 세태적 추세를 담은 이 말은 또한 오늘의 과제를 잘 표
현하고 있다. 낡은 담론을 쇄신하여 새로운 절실함으로 전통적 거대담론을 재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적 존재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대담론이라는 지적 조건을 일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대한 문제의식은(Big Question)은 우리 지성의 추진체이며 그 원동력
이다. 그에 따르는 구체적 내용의 갱신은 하나의 새로운 연료이다. 유교사상은
우선 무엇보다 인(仁) 선(善) 등 대경대법(大經大法)의 거대담론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맹자의 담론인데 우리는 일견하여 그가
인의지상주의자(仁義至上主義者)라고 보게 된다. 맹자의 서두에서 양혜왕에게
"어진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리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맹자의 사상은
정치사상이면서 일상적이고 난해한 철학성은 없는 것이 아니냐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것은 맹자의 웅변이 의도하는 접근 성공 현상이다. 우선 맹자의 이야기
가 읽는 이의 일반 삼정과 다른 것이 아니라는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그가 '언필칭요순(言必稱堯舜)'하는 태도에서 그의 믿음이 사
사로운 것이 아니라는 강한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의 인의사상(仁義思想)이 전
통적으로 장구한 발전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매우 형식적
상투적 발론이라고 느끼기 쉽다. 다시 그의 '호연지기설(浩然之氣說)'을 읽으면
그가 깊은 사색을 영위하는 철인임을 알게된다. 자연과 우주를 넘나드는 광대한
스케일의 사유공간이 그에게 지극히 강한 힘을 부여해주고 있음을 보게된다. 결
국 "마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이르면 그의 성선설의 정체를 알게되고 그가
직관을 포함한 전경험적 심신수행의 도인이었음을 또한 알게된다. 그의 강력한 인
의설(仁義說)은 새로운 사유를 통해서 또 넒은 사유공간의 확보를 통해서, 결국
은 나의 마음으로 이해하는 과정으로 통하며, 생동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주자학이 그와 같은 거대담론의 반성적 재구성의 결과라고 알고 있다. 성
리학은 경전에 대한 조건 없는 재성찰과 현재 자신의 내심에 대한 직솔한 반성
을 통해서 결국은 역시 인의(仁義)사상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재확립하였다. 조선
성리학의 위대한 성과 역시 그 같은 거대한 담론을 극히 절실한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 재확립한 것으로 이해해야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성(誠)라든가 경(敬)이
라는 생활이념을 가지고 인의(仁義)라는 거대담론 주제어를 절실한 현재의 나의
것으로 극히 가깝게 재현하였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생각한다(近思)는 것은 결국
은 원대함을 위한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 전통은 이미 충분히 미세 담론적이었고
이를 기초로 첨단의 사상을 영위할 수 있었던 쇄신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대경대법(大經大法)이란 바로 인의사상인데 구태여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이유
는 바로 그런 데 있고 '차마하지 못하는 마음의 실천'이라는 맹자의 말도 그 때
문일 것이다. 나의 마음이 우주적 의지이어야 하지만 나와 우주를 연결하는 사유
는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결국 알 수 있다. 거대담론은 여전히 우리의 힘이며 한
줄의 새경험을 담은 글귀는 귀중한 연료이다. 학문과 교양이란 바로 그 담론을
긴장되게 유지하는 것일 것이다. 유교의 인의사상이란 거대하면서도 절실한 상념으
로 재인식 돼야할 것이다.


(유교연구소장 하이안자 유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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