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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상과 문명의 재발견(8)

 

-오늘의 산 이념으로 부활해야할 신념체계

 

 

우리는 현대문화의 특징을 과학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근저에는 합리적 지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합리주의의 발달은 인류사에서 극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로 자연과학의 발달이나 의학의 진보 산업기술의 첨단화는 경이로운 것이다. 지식발견 기술은 고도로 발달하고 그 성과는 천문학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직 오늘날 창출된 가장 중요한 성과이고 앞으로도 길이 인간의 삶을 완전하게 해주는데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다.

 

그에 대비해서 유교사상은 과학적 합리적 사상이라기보다는 윤리학이거나 도덕률 같은 경험율칙이라고 생각해온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신비주의적이고 직관적인 명상에 가까운 진리접근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교의 경전도 연대기적인 단순한 역사기록이거나 문학적 비유의 작품 혹은 설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그 같이 순경험적 관습에 속한다거나  신비적 직관적 상념의 결과일 뿐이라고 보면 유교의 이념은 상당히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유교사상의 주요 이념들을 보면 절실한 경험적 사색과 상상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를 거느리고 있다. 우선 그 중심인 인(仁)의 경우 우주적 현상적 제존재의 생명지향성을 통찰한 깊은 사유의 결과이다. 인(仁)이란 무엇이라고 명확히 정의한 경전 글은 없다. 그러나 모든 경전의 논리가 인의 사상으로 최종 귀결되어 있으므로 전체 경전은 궁극적으로 인을 논하고 이를 구현하는 길에 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인이란 하나의 통일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 위대한 논리력(論理力)으로 수립된 용어임을 알게된다. 이는 오늘날 철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전통적으로 이를 도(道)라고 지칭해왔다.

 

인의 사상은 전통유학사상을 대표하는 개념으로서  그 같은 통일된 성찰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행동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그 구현의 모습은 극히 다양하다. 예를 들어 논어에서 "효는 인을 행하는 근본이다"라는 말은 그 실천적 측면을 말한 것이다. "극기복례가 인이다"라고 한 경우는 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마음가짐을 말한 것이다. "인은 생(生-생명사상)이며 천지(자연현상)가 만물을 낳는 의지를 수용한 것이다"라는 것은 그 철리적 사유를 의미한다. 아울러 이 말은 인의 사상이 단순한 개별적 사유의 결과가 아니고 자연과 현상을 종합 통찰함 결과임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서구적 지성에 익숙해있고 과학적 탐구가 가장 우월한 사유의 길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그러한 믿음이 완전하거나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는 확증은 없다. 환언하면 우리의 전통사유도 이미 충분히 과학적인 방식을 그 일부로 유지해왔었다, 다만 과학적 방식만을 발전해오지 않았다는 차이일 뿐이다. 일반적 통찰이라는 점에서 과학은 어떤 사유와도 잘 조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여러 학문의 유파가 존재하고 있고 분야가 나뉘어 있다. 그리고 그 학문간의 통합적 노력을 통해 인류의 지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경우 그러한 일련의 움직임과 노력들은 그대로 전통유학사상 가운데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다만 탐구된 결과를 재음미하고 우리의 삶으로 용해할 때 유학에서는 균형된 정신으로 이를 재편성하여 최종적인 성과로 세워 나아간다는 면에서 특장을 발휘하는 사상체계일 것이다. 유학은 자성(自省)이라는 지적 통일의 장을 그 중심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적 자성을 경과한다면 고전도 새로운 지적 발견도 적절히 그 위상을 정하여 우리의 창조적 지성을 구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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