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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상과 문명의 재발견(9)
-텍스츄얼리즘(textualism)의 계승과 초월
우리가 문자를 소유하고 유지하며 사색하고 이를 상시 생활화하는 삶을 유지한다면 우선 그것은 무상의 행복을 약속할 수 있다. 공자가 "배우고 익히면(學而時習) 기쁘지 않은가"라고 말한 까닭이다. 문자는 나와 모든 현상계를 매개해주는 새 공간과 여지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본심과 본능에 보다 의존하는 것을 '야(野)하다'고 한다. 맹자에 의하면 그 본심과 본능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재구성하여 보다 의미 있게 표현하는 것을 '선(善)하다'라고 하며. 선에 가식이 없는 것을 신(信)이라고 하고 그 선의 쌓임을 아름답다(美)고 하고 아름다움이 널리 퍼지는 것을 대(大)라고 하며 나아가 찬란히 빛나게 되어 자연조화의 경지로 구현되면 이를 신성(神聖)하다고 한다. 혹 현실성을 벗어나 지나친 가상적 문자적 의미의 추구는 '(史)하다' 한다. 본능을 무절제하게 추구하는 것은 사치 혹은 방탕하다고 한다. 바로 텍스츄얼리즘 추구는 자아를 넘어서기 위한 위대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유교를 생각할 때 고정된 그 어떤 사상형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유교역사상 경전을 중시하였고 또 유교적 역사에서 문헌이 강조되었으며 의식과 문물이 중시되었던 때문이다. 즉 1)경전과 문헌 2)행동과 의식의 기록 3)문물의 의미정의 와 같은 3가지 텍스트가 유교역사를 특징 지워 왔다. 이를 텍스트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애국적 행동은 충(忠)으로 진실한 가족주의의 발휘를 효열(孝烈)로 정의로운 활동을 의(義)로 인도주의적 처신을 인(仁)으로 칭예하고 권장해온 오랜 역사의 모습은 경전 문헌주의적 모습으로 깅조되고 영위되었다. 그에 따라 불의는 성토되고 혼란과 사심을 조장하는 행위는 비난되었다. 그 비난 역시 중요한 텍스트의 가능을 수행했다. 바로 명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마광의 자치통감이나 주희의 성리학은 사실 '명분의 학'이랄 수 있을 것이다.
경전주의의 남상은 공자의 "신이호고"였다. 역사적 성과를 텍스트로 삼아 해석해내고 새로운 명분과 결단을 도출하였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영상시대일지라도 텍스트의 중요성은 조금도 감소되지 않고 있고 서양문화마저 이 텍스트의 지도력을 떠나서는 문화와 역사를 계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의 동아시아 문헌문자주의란 동양적 문명의 중심이랄 수 있다. 개인의 삶에서도 문자를 품고 운용하고 사는 것은 중요하고 문자로서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은 큰 힘과 편안함과 안락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자와 문헌은 자아를 반추하고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뛰어난 지적 기능을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잘 실행하였던 것이 유교사상이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자가 미사여구의 표피적 의의에 머물 때 그 학자는 백면서생이라고 성토되었다. 물론 그 말이 모든 문학적 성과를 미사여구로 보아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 문학적 움직임들이 유학의 중심을 영위하는 한 과정으로서 의미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경전주의 혹은 텍스트주의가 범할 수 있는 엄숙함과 형식미의 제한은 문학적 모색과 문화적 향유와 자아의 성찰 등등의 범주에서 해소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문헌주의는 제3공간이라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가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지적하여 문헌주의의 계승과 초월이라고 특별히 강조하는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과거 유교사상사에서 나타났던 학파적 대립이나 분파주의가 온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현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의 사이를 가르려는 신형의 분파주의도 역시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부정되어야 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표현하려는 뜻에서이다. (끝)
유교연구소장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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