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물과 나와
물과 아의
높은 끝을 위하여
글자들을 쓰자
너와 나의 자리를 위해서

한 획
두 획
세 획

아무런 조건 없이 써보자
어떠한 미련 없이 써보자

나약하면 나약한 대로
오만하면 오만한 대로
추악하면 추악한 대로
방탕하면 방탕한 대로

흐르고
거슬르고
황탄하고
쇠망하는
혼돈의 세상은 그대로 이미 언제나
격물치지의 봉우리들이리니
누천년 예언으로 전해온
청동거울이리니
암흑에 별이 짝인 까닭이리니

오직 문자로된 소명함
다만 문질로된 문명함
일체 문물로된 광명함

그 태평함의 이상을 위하여는
이 심란함의 소실을 위하여는
뉘 스스로 차마
자신의 천성을 넘어서려
멋대로 금을 그을 수 있으랴
맘대로 담을 높일 수 있으랴

오호
우리
그렇게
신성문자로만 글을 써보자
동이족의 비사에 적힌
누락된 누천년 건널목에 서서
경건한 서언으로 선로를 연결하자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누추하면 누추한 대로
천근하면 천근한 대로
불우하면 불우한 대로

바로 그 자리에서 써보자
오로지 한 염원으로 써보자
살아감이란 역시 내외 없는 무한 공간을
채워 나아가는 신호음이라면
행간을 채우는 모든 기호형상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들의 성체인것을
증명하고 확인해야 하리
금수 짐승이 군자 숙녀되는
아름다운 전설과 마술을 보존해야하리

말을 내는 글
글을 적은 글
생각을 펴는 글
말 글 생각은 일치해야하지만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선 안되겠지
따로 따로 따로 자유롭게
독립을 지켜야 하겠지
말을 위해
글을 위해
생각을 위해
처음 조금 혼란스러도
결국은 나를 위해서
힘차고
아름답고
즐거워야겠지

우리 그저
도로써 서로 아련히 만나
나눌 수 없는 균질체 되어
크기를 잴 수 없는 형언못할 감격을 위해
각각 몸을 지켜야겠지

나 없으면
너도 없나니
너 나 없을 그것을 위해
독한 맘으로 써야겠지
그런 믿음으로 살아야겠지

우리들 서로 혹은 모두의 시공
만리 밖 초절의 거리도
인생 열두번 종을 칠 시간도
이 길이 저 공간이
무의미해져야겠지

이제는 정말
새로운 글로 쓰자
내가 너이고 우리이도록
고색 창연한 회복의 통사론이 빛나도록

비전문의 문체로
비일상의 논조로
비문학의 언어로
비학문의 논리로

되레 일상과 전문 문학과 학문이
오히려 그로 나누어져서는 않되겠지
내가 선 나의 입석
간섭없는 독립선언의 장법으로
오직 피어오르는 유연한
자유지재의 호연지기로

우리들 숨쉬기를 잠시도 중단할 수 없듯이
우리들 정념품기를 한 순간도 막을 수 없듯이
그 묘현은 한치도 왜곡할 수 없다는 신앙으로
나아가는 이 맘을 적어보자
학이시습의 준엄함이
긴장으로 점철되는 살아감이 되도록

서늘한 동짓달 밤하늘 아래 누워선 서늘함 그대로
따가운 칠월달 땡볕 아래 서선 따가움 그대로
모든 육기를 휘감아 흐르는
우리들이 그대로 물 같은 세월이도록

동서남북
상하사방
좌우전후
고왕금래

그 기문과 신화마저
이 생생한 공기와 땅과 함께서고
불립문자의 영감으로
그저 감응하도록
가득차 솟아오르는 샘물로 써야겠지
어느 고결한 예인처럼
그저 순 잡성 속이
빙글빙글 돌기만 해서야 못쓰겠지
우물 밖에 확고히 서야
우물 속 아기를 구할 수 있다는 말씀을
새겨야겠지
기말고사 준비하는 학창의 추억으로
그렇게 써야겠지
뒷 날에 아무래도
그 때가 좋았어
말할 수 있어야겠지

:: :: ::제목 黃沙原 글쓴날짜 : 2001-03-29

오늘밤
빈 의자 놓아둔 옥상에
정말 눈발이 나릴지라도

먼 여정 날아 순환해 돌아온
공룡 최후의 날 운석의 진동이며
그 그림자라고는 말하지 말자

우수리강 건너
디플로독스가 긴목을 드리우고 스러진
빙원은 이미 아득히 멀다

몽고 털키스탄은 민족이동의 여로
화북은 추억의 안식처였나니
0,001mm 알갱이는
황토대지의 복음이었다

시베리아에서
해양을 향해 부는 계절풍은
이제 굳은 피부 가슴을 여미지 않아도
아마 더이상 칼끝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황색의 들!
얼마나 가슴 뛰는 대지인가
조상들이 선 채로 묻힌 곳!
그 분진들이 머리 위로 몇 밀리 쯤 쌓일지라도
눈에는 이미 대문구 아침단자
첨저의 토기가 보이지 않는가
고고리 산정을 달리던
아픈 발목 느껴지지 않는가

하루 종일 다뉴세문경을 덮은 누천년의 전통이
세상의 빛을 차단하려 하여도
잠시 눈을 감고 구차한 휴식을 가져보자

오리털 조끼 다시 만지작거리며
난 오후를 흘려보내며
애써 생각했다

낡은 책장 위로 피어오르는
새로운 로고스 파편들을

토혈의 기침소리로 이어지는 행열이
한 없이 길어진 몸으로 늘어서도
그 형적은 선한것임을

물이여! 물이여!

공자의 외침이
눈물강 스치는 목소리로 이루어진
장장 인고의 절창임을

___________________

감상게시판 글

04/23 유교수혈론 1

본란에서는 유교에 대한 상념을 지속적으로 적어나아
가려합니다.

동시에 유교적으로 확립-해석된 주요 텍스트를 창조적
으로 구현하기 위해 필자는 근 2년간 새로운 글쓰
기를 일부 시도해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평문과 해설의 외에 창조적 작업으로서 문학이
나 평론 일반의 수필 혹은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
형식으로 유교의 문물을 문화 현장에 대입 적용
해보는 작업입니다.

필자는 시,미술평론,시사론,문학평론의 몇몇 분야에
서 일부 시도해보고 있습니다.최근에 그 성과의
하나로서 스토리e문학관에서 동인시집이 나왔습니
다.이어서 산문집도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필자는 haian 이란 i.d로 참여하였습니
다.<시 제목 스스로선 자리에>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