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 ::

도올 논어강의 종영을 보고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올의 k.b.s논어 강의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었다.이 사회와 문화의 저변을 튼튼히 흘러가야할 그 무엇에 대한 관심을 드높였다는 점에서는 그의 말대로 거의 초유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즐겨 표현한대로 혁명적인 경지까지 고양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대체로 동양사회는 혁명을 필요로하는 역사를 일구어오지 않았던 때문일 수도 있다.

그 강의의 영향과 성과라면 성과가 이제부터 그 실체나 정체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강의 내용 경전에 대한 자세나 가치판단의 방향 등 여러면에서 전폭 그에게 동조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일정한 성과를 올렸고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더없이 강한 톤으로 얘기하였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된다.

그는 학자로서 해야할 이야기를 용기 있게 하였고 많은 반응을 일으키며 새로운 문화정신운동을 크게 시작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크게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상당히 바라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그동안 내내 있었고 또 그것이 현실화되어 논어 종영에 이르렀다.

물론 논어강의는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종료하는 싯점도 중요하다.그 싯점을 생각하면 좀 성급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자신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배경설명을 문면 그대로 받아들여 생각해보면 방송강의가 주는 강대한 영향력에 스스로 놀랐음을 이해할 수 있다.방송의 위력을 느끼면서 그가 어느 정도 강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 그 종강 결행의 내면적 이유의 하나라고 믿어진다.

또한 그에 대한 전방위적 비판의 등장 속에서 스스로 피로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또 그 비판의 상당부분이 그의 진심과 거리가 먼 것이었을 수도 있고 어느정도 분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생각된다.그점은 역시 료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종영의 변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가 주장했던 시대적 소명의식에 비해 그의 인내가 좀 부족했지 않는가 생각한다.

자신의 인위적 종영을 결행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준비해두었던 목소리가 있다면 충분히 더 그리고 다 말했어야 옳다.

그가 설마하니 어려운 경전을 알아듣기 쉽게 해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로지 보여주기 위해 강의를 계획했던 것이었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그러나 현실의 문화 정신에 내재한 어떤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면 서론도 아직 다 안된 상태이므로 크게 미흡하고 진정한 도올의 이야기의 핵은 아직 그려지지도 않았지 않은가? 그점을 묻고싶은 마음이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결과를 지켜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세계문화운동의 추세에 비추어 동양적인 것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점점 큰 흐름을 형성해 갈 것은 분명하다.도올의강의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인데 그의 강의는 그것을 더욱 실감나게 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 결국 큰 성과의 하나였다.

문제는 그 흐름과 방향의 내용을 진지하게 반성해야할 싯점에서 돌연 강의를 중단했다는 점이다.아마 그의 모든 창의력을 동원해도 현재 그 흐름의 내질을 정확이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곤란한 일이었음에 틀림없다.이것도 당연히 그에게 심대한 부담이 되었을 것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형편없는 진단이 난무하는 지금 그가 조금만 중지를 모으는 진단을 추구하는 강의를 시도했다면 적어도 진정 커다란 문화적 기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그에게 아쉬움을 보내고 싶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새 흐름을 진단하고 우리 정신 문화사의 진정한 본질을 논해보는 본격담론을 열기 위해서는 그동안 도올이 보여준 용기보다는 더 강한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란 곧고 굳은 확신이아니고는 일어나기 어려운 것임을 이해할 때 그의 종강을 진정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가 그의 종영의 변으로 주역의 64괘를 말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히려는 조급함보다는 조용히 텍스트를 읽자고 권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강한 이쉬움을 가진다.

그가 이미 공인으로서 말못할 사정으로 종영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이미 주어진 결집력을 바르게 행사하여 방향 찾기가 필요한 이 시대에 크게 유용하게 활동을 충분히 해 줄 것을 믿는다.

** ** **

夏夷案者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